정전 70년, 임진각 한반도 평화선언 기자회견
- Author: 총괄관리자
- Created by: 2023.07.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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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으로 희생된 모든 분들의 안식과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추모식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선언 발표 국내외 시민사회 기자회견
적대를 멈추고, 전쟁을 끝내고, 지금 평화로!
2023년 7월 27일 (목) 10:00, 임진각 통일대교 바리케이드 앞
2023년 7월 27일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70년이 되는 날입니다. 3년 동안의 전투를 멈춘 후 3개월 내 정치회의를 소집하여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협의하자’던 약속은 아직까지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70년 동안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적대와 군비 경쟁의 악순환이 지속되어 왔습니다.
불안한 휴전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또다시 긴장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피 준비를 하라”는 위급 재난 문자와 사이렌이 울렸던 새벽, 비록 오발령으로 밝혀졌지만 시민들은 높아진 전쟁 위기를 절감하였습니다. 수십 년 만에 미국의 전략핵잠수함(SSBN)이 한국에 들어오는 등 핵 전쟁의 위험성마저 커지고 있습니다. 대규모 한미연합군사연습과 전략자산 전개, 북한 ICBM 시험 발사 등 강대강 대치 속에 지금 한반도는 언제 무력 충돌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우발적인 충돌이라도 발생한다면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그러나 충돌을 예방할 현실적인 대책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종전’을 말하는 사람들을 ‘반국가세력’으로 매도하며 적대와 갈등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비현실적인 ‘힘에 의한 평화’를 주장하고 한미 군사동맹, 한미일 군사협력에 ‘올인’하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이야말로 모두를 전쟁의 위험에 빠뜨리는 것입니다. 지금은 전쟁 연습이 아니라 무력 충돌 예방에 힘을 쏟아야 할 때입니다. 모든 적대 정책과 군사행동을 멈추고, 다시 대화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은 7월 27일(목) 오전 10시, 70년 전 정전협정 체결 시각에 맞추어 임진각 통일대교 바리케이드 앞에서 <한국전쟁으로 희생된 모든 분들의 안식과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추모식>과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선언 발표 국내외 시민사회 기자회견 : 적대를 멈추고, 전쟁을 끝내고, 지금 평화로!>를 개최했습니다. 한국전쟁 발발 70년인 지난 2020년부터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온 국내외 시민사회단체들이 접경지역 철조망 앞에 모여, 전쟁으로 인한 희생자들의 안식을 기원하고 포기할 수 없는 평화를 향한 염원과 요구를 다시 한 번 밝혔습니다. 기자회견에서는 국내외 시민사회단체 대표자 발언,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선언 발표, 임진각 철책에 평화의 리본 달기 퍼포먼스 등을 진행했습니다.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은 애초 경기도 파주 남북출입사무소 북단 비무장지대(DMZ) 통문 앞, 경의선 도로가 끊긴 곳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자 국방부에 출입 승인을 요청하였습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출입 승인이 거절되어, 임진각 통일대교 바리케이드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였습니다.
프로그램 순서
- 사회 : 이태호 (시민평화포럼 운영위원장,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 공동집행위원장)
- 한국전쟁으로 희생된 모든 분들의 안식과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추모식
- 발언1 :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 공동대표)
- 발언2 : 나핵집 (한국교회 종전평화운동본부 본부장,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 공동대표)
- 발언3 : 일문 스님 (실천불교전국승가회 공동대표)
- 발언4 : Meri Joyce (GPPAC 동북아시아 지역 연락 담당관, 피스보트 국제 코디네이터)
- 발언5 : Sandra Veloso (미국 친우봉사회 AFSC 아시아 디렉터)
- 기자회견문 낭독 : 진영종 (참여연대 공동대표), 김정수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대표), 신재욱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활동가), Joseph Gerson (미국 평화·군축·공동안보 캠페인 의장), Alison Lee (GPPAC 동북아시아 멤버)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선언
적대를 멈추고, 전쟁을 끝내고, 지금 평화로!
오늘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70년이 되는 날이다. 3년 간의 전투를 잠정적으로 멈춘 이후 3개월 이내에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위한 정치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던 전쟁 당사국 간의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 그후 70년 동안 한반도에서는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군사적 대치와 군비 경쟁이 지속되어 왔다. 한국전쟁은 20세기 이후 세계사에서 가장 긴 전쟁이다.
지난 70년간 한반도에서는 전쟁에 대한 공포가 일상이 되어왔다. 적대와 불신에서 시작된 군비 경쟁과 무력 시위가 또 다른 불신과 군사적 위협으로 되돌아오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한반도 핵 문제도 이 악순환의 일부이다. 분단된 전쟁체제 곳곳에 뿌리내린 적개심과 불안이 민주적 권리를 제한하고, 소모적인 갈등을 키워왔으며, 사회 발전을 가로막아 왔다. 대결과 제재의 장벽은 남북 사이의 인도적 협력이나 기후 위기 공동 대응조차 가로막아왔다.
적대와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정착시킬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여러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관계 개선과 긴장 완화의 기회가 있었다. 지난 2018년 남,북,미 정상 모두가 관계 개선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한반도 평화체제와 비핵화로 나아가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많은 이들의 기대와 열망에도 불구하고 합의는 이행되지 않았다. 새로운 관계로 전환하기 위해 서로가 취해야 할 단계적 조치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협상이 깨진 후 상황은 그 이전보다 더욱 악화되고 서로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북한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의 상응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에 항의하며 핵-ICBM 실험 유예 조치를 철회하고 빠른 속도로 ‘핵무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남한과 미국은 한미연합군사훈련 등 대북 무력시위의 강도와 빈도를 대폭 늘리면서 한미동맹을 ‘핵 기반의 동맹’으로 개편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주도 아래 북한 만이 아니라 중국, 러시아에 대항하는 지역 군사협력체제를 구축하고 동맹 수준으로 강화하려 하고 있다.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할 당사국들이 무력 시위를 이어가는 가운데, 70년간 불안정하게 이어져 온 휴전 상태마저 위태로운 지경이다. 우리는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맞아, 한국전쟁 관련국들 간 대화의 단절과 군사적 대치 속에 한반도와 그 주변의 핵 전쟁 위기가 갈수록 고조되는 상황을 깊이 우려하면서, 한반도 주민과 전 세계인의 평화를 향한 열망을 담아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한반도에 거주하는 8천만을 포함한 모든 사람은 평화롭고 안전하게 행복한 삶을 영위할 권리를 지닌다. 우리는 또 다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를 포함한 세계 다른 어느 곳에서도 전쟁은 문제 해결의 수단이 될 수 없다. 한국전쟁 당사국과 관련국들은 오직 평화적 방법으로 한반도에서의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70년이면 충분하다. 불안정한 휴전상태로 지속되어온 전쟁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한국전쟁의 종식을 통해서만 온전히 실현될 수 있다. 한국전쟁 당사국들은 하루 속히 전쟁의 종식을 선포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해야 한다.
한반도는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터전이 되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노력은 핵무기 없는 세계로 나아가려는 인류의 오랜 노력의 일부이며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한국전쟁 당사국과 관련국들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협력하는 한편, 핵무기는 물론 다른 어떤 군사적 수단으로도 위협하지 않을 것을 서로에게 약속해야 한다. 더불어 핵무기 금지와 폐기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일방적인 제재와 압박은 한반도 갈등 상황을 해결하지 못했고 도리어 악화시켰다. 새로운 관계로 전환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인정한 남북, 북미 정상 합의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모든 협상 당사자들은 적대적 정책과 언동을 중단하고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신뢰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공격적인 군사행동의 중단, 대북 제재 완화 등 적극적 조치를 통해 닫힌 대화의 문을 다시 열어야 한다.
군비 경쟁과 상호 위협의 악순환을 멈추어야 한다. 한국전쟁 당사국과 관련국들은 진영 대결과 군사 협력 대신 평화롭게 공존하고 협력하는 한반도와 아시아 태평양을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전쟁을 준비하는 대신, 우리의 소중한 자원을 모든 생명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고, 기후 위기를 극복하며, 지구를 살리는 데 사용해야 한다.
우리는 한반도 주민과 한국전쟁에 관련된 모든 나라의 사람들, 그리고 온 인류가 지구와 더불어 지속 가능하며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꾼다.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를 외치고 평화를 위해 행동해야 한다. 이제 한반도에서 70년 이상 이어진 긴 전쟁을 끝내고, 온 인류와 함께, 우리가 살아보지 못했던 평화의 새로운 역사를 함께 열어가자.
202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맞아,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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